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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미 나우]킬 미 나우 힐 미 나우

category 후기/연극 2017. 12. 7. 11:24

킬 미 나우

2017 06월 24일 토요일 15:00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이석준 신성민 신은정 정운선 오정택


극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간 상태라 중간까지만 해도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와 장애인 자식 사이의 홀로서기를 둘러싼 갈등이 주제인가 했는데 제이크가 쓰러지면서 부터 그것만이 다가 아니구나 했다

제이크가 조이를 이해하게 되고 또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제이크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알겠어서 더 짠했던 것 같다

한평생 누군가를 돌보며 살았던 자신이 돌봄을 받아야하는 처지가 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같고 자기 때문에 누군가가 힘들어 진다는 것도 싫었을 것 같고 몸도 많이 아프고 고통스럽고...

그 전까지는 조이의 독립을 반대하다가 자기가 아프고 나니깐 라우디랑 같이 나가서 살라는 것도ㅠ

조이가 킬 미 나우라고 말하는 게 힐 미 나우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린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서 썼는데 뭘 썼는지 알아보지도 못 할 때의 그 심정은 또...

제이크 너무 짠한 캐릭터다

그래도 제이크가 조이를 성장한 아들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다

조이 대사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나도 인터넷에선 보통 사람이야

인터넷에선 자기가 설명하기 전까지는 신체적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니 조이가 처음으로 남들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이가 비장애인처럼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나 선글라스를 끼는 것 혼자서 일상 생활을 무리 없이 해내고 밖을 다니고 이성 친구도 사귀는 걸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아빠와 함께 살아가던 방식(화장실 문제를 기저귀로 처리하거나 선글라스 대신 선캡을 쓰는 것 등)을 자신의 또래들 처럼 하고 싶어하고 또 자립도 하고 싶어서 아빠랑 싸우다가 자기가 밀친 것 때문에 아빠가 다쳤다고 생각하면 죄책감이 얼마나 심했을지ㅠㅠㅠㅠㅠㅠ

물론 그 전부터 제이크의 병은 천천히 진행되어 왔다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빠가 쓰러졌는데 앰뷸런스도 혼신의 힘을 다 해야만 겨우 부를 수 있고 (뒤에 트와일라가 쉽게 앰뷸란스를 부르는 것과 대비된다)

장애인인 자신의 몸 때문에 조이가 포기하고 또 자신을 괴물로 생각하거나 안아 줄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한 걸 보면 마음이 너무 짠하다ㅠㅠㅠㅠㅠㅠ

그런 상황에서 아빠가 자기처럼 되어가는데 죽고싶다는 말을 들었을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또 아빠한테 안락사를 권하는 건 또 어땠을지 그 말을 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을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조이야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로빈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의 아이까지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거다 더구나 그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듣지 못한다면 더더욱

충분히 부담되고 거절해도 아무도 뭐라 못 할텐데 매주 한 번씩 만나고 점점 의사소통도 되고 책 한 권을 다 읽어주려면 로빈은 정말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트와일라 대사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조이한테 제이크는 너의 아빠이기도 하지만 나의 오빠이기도 하다는 것

어린 시절 부모님 역할을 한 오빠라면 얼마나 의지하고 사랑했을지

라우디는 귀엽고 짠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악수할 때마다 머리 쓰다듬어 달라고 손 밑에 머리 들이미는 거나 아빠는 초콜릿 엄마는 풍선껌 자기는 아이스크림이라는 거나 너무 좋아해서 싫어했다는 거나 안 짠한 구석이 없는 듯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나름대로 밝게 커서 대견하기도 하고 라우디 행복해ㅠㅠㅠㅠㅠㅠㅠ


이 작품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처한 상황이 다들 힘들고 버거울 텐데도 캐릭터들이 우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장애인 아이를 돌보며 몸이 많이 힘들 텐데도 농담을 할 여유가 있는 제이크나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이 없을 거라 말하지만 미래를 꿈꾸는 조이도 그렇고 남편이나 아이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무너져가는 걸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 소설을 완성할 수 있는 로빈이나 오빠의 행복을 원하고 너무 사랑스러운 트와일라나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친구를 위해서 자기가 대신 해주겠다는 라우디나 다들 너무 좋아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모든 캐릭터 들이 다 이해가 간다는 것


보고 나서 머리가 아파서 한동안 힘들었다

앉아 있을 땐 괜찮더니 서서 걸을 때 또 머리가 아파서

배우들은 밤공도 이어서 할 텐데 괜찮은지 걱정 될 정도ㅠ

끝날 때 쯤에 제이크와 조이가 비장애인의 모습으로 같이 게임도 하고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 들에게 장애가 없었다면 저렇게 생활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


안내 멘트 뭔가 귀여웠다

커튼은 원래 뒤집어져 있는 걸 제이크가 펴는 걸까 아니면 이석준씨가 연기하다 보여서 원위치 시키 걸까 궁금

아 진짜 극이랑 전혀 상관 없는데 침대 위에 구두 신고 올라가는 거 싫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걸 다 적을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하다못해 논리정연하게나 깔끔하게 적기만 할 수 있어도 좋을텐데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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