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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니 토드]이발사의 탈을 쓴 악마

category 후기/뮤지컬 2023. 2. 9. 10:02

 

스위니 토드

2023 02월 04일 토요일 14:00

샤롯데씨어터

강필석 전미도 김대종 노윤 윤석호 류인아

 

강필석 전미도 조합이 궁금해서 보러 간 스위니 토드

전미도 무대 연기를 영웅 링링 이후로 처음 보는 이 무슨??? 새삼 휴덕 엄청 길게 했었네 싶은 아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번엔 꼭 전미도로 보자! 해서 날을 봤더니 마침 토요일 공연이 있길래 잡았다

운이 좋게도 티켓팅에서 안 버벅 거려서 1층 중블로 갔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가 처음 나오는 말인지 몰랐다

고럼고럼 들어 봤지 옛날에 영화도 봤는데 너무 옛날에 봐서 자세한 건 기억은 안나지만 암튼 봤음!

난데 없는 악의에 모든 걸 잃고 복수하러 오는 내용은 뮤지컬에서 은근 흔하지만 스위니 토드만의 특별함은 복수 때문에 죽이는 대상이 자기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이 아니란 점이 아닐까

1막 중반까지만 해도 그래 행복한 가정이 갑자기 박살나면 저런 복수심을 품을 수도 있지라 생각했지만 1막 마지막에 인육으로 파이를 만든다는 정신 나간 말을 신나게 다양한 직업을 붙여가며 노래하는데 아 스위니 이 새끼도 정상은 아니구나

러빗 부인이야 원래 그렇다고 쳐도 스위니 너까지 그러니 그러니깐 너네 결말이 그런거야 이놈들아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자기 정체를 알고 협박하는 사람이야 뭐 죽일수도...(이것도 바람직하진 않다만)있지만 그 뒤에 자기한테 머리와 수염을 맡기로 온 사람들 몇을 죽인건지?

그럼에도 저 이발소에만 가면 사람이 실종된다는 소문이 안나다니 대단 10일에 한 명 이런 식으로 기간을 두고 한 걸까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이발사의 탈을 쓴 악마라 불리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여기서 미친 놈은 스위니 뿐만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러빗 부인이 처음에 스위니 도구들을 관리 잘 된 상태로 보관하고 있는 것부터 미쳤음

스위니가 돌아올지도 불분명한 상태인데 10년이 넘도록 좋은 상태로 잘 보관하고 있다? 아주 미쳤음

제일 미친 짓은 인육 파이긴 하다만 스위니에게 가장 너무 했던 건 스위니의 아내가 독약을 먹었다고만 말해서 당연히 죽었다 생각하게 만들어 그 틈을 파고든 것이겠지

미쳐버렸다곤 해도 아내가 살아있단 걸 알았다면 스위니가 그렇게까지 했을까?

2막 중간 장면을 보면 어쩌면 스위니도 러빗 부인과 런던을 떠나 살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초반에 거짓말이 너무 컸다

그 때의 스위니는 정말 먼 훗날엔 어쩌면...이런 생각을 했을 거 같은데

토비에겐 친절했다만 스위니와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 생각되니 바로 주방에 가둬버리는 러빗 부인도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터핀 판사 이 놈도 문제다

애초에 결혼한 사람을 탐내서 남편을 보내버리는 생각을 하는 것도 제정신이 아닌데 그 아이를 데려와놓고 키운다음에 지가 결혼하겠단 생각을 하다니 미쳐버린 존버의 화신이다

그 인내력으로 런던 발전을 위해 일해라 터핀

 

안소니도 뮤지컬 조연 답게 정말 사랑에 노빠꾸구나

뮤지컬에 사랑에 미친 놈이 여기엔 셋이나...아 판사님도 있구나 넷이나 있는데 이 중 행동해서 다행인 사람이 안소니 밖에 없다니

 

조안나는 도대체 아무 잘못도 없는데 10대까지의 인생이 너무 험난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기를 성적으로 보는 아버지(시발 적으면서 빡치네ㅗㅗㅗㅗㅗㅗㅗㅗ터핀ㅗㅗㅗㅗㅗㅗㅗㅗ)에게서 간신히 벗어나나 했더니 정신 병원에 갇히고 어찌어찌 탈출했는데 사람 죽는 모습 목격하고 (평생 모르겠지만 자기 엄마가 죽는 모습을 봤다 스위니야 니 죄가 크다) 극 끝까지 안 미친게 용하다

 

스위니는 모르고 죽었겠지만 자기 아내뿐 아니라 자기 딸도 죽일 뻔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 살았지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일어난 불행...혹은 스위니 스스로가 만든 재앙

 

가끔 뮤지컬 세계에서 런던은 어떤 곳인가 궁금해진다

지킬도 살고 스위니도 살고 잭 더 리퍼도 사는 이런 미친 곳에서 미친 집세를 주면서까지 살아가는 런던 주민들이 불쌍하다

 

손드하임의 작품을 무대에서 본 건 처음인거 같은데 특유의 느낌이 스위니 토드 내용과 잘 어울린다

지금도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대가 제법 높아서 2층에서도 한 번 보고 싶었다

스위니는 일단 기본적으로 시체 내려오는 걸 보여줘야 하니 최소 2층 구조물은 꼭 있어야하니...ㅎ

 

너무 아쉽게도 스위니 토드 스포를 다 알고 갔다

나오자 마자 아 저분이.....모르고 봤으면 더 재밌었을 거 같은데 아쉽

 

듀엣은 괜찮았는데 4중창이 되니 가사가 하나도 안 들려서 당황스러웠다

무대위에선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걸 나만 따돌림 당하는 느낌

얘들아 나도 무슨 일인지 알려줘ㅠㅠㅠㅠㅠㅠㅠㅠ

대사들도 조금 빠른데 문장 사이는 조금 길어서 대사는 조금 천천히 문장 사이의 공백은 조금 줄었다면 어땠을까 살짝 아쉽

 

정말 오랜만에 샤롯데에 갔다 처음간 게 2013년 지크슈 때였는데 그러고 9년이 지나서야 다시 간 샤롯데

낮에 가니 근처 석촌 호수도 보고 멀리서 롯데월드 구경도 하고 재밌는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