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23 01월 11일 수요일 19: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임태경 백형훈 제이민 지현준 육현욱 김바울 신은총 김민철

사실 그 징조는 서곡부터 있었다
북소리가 내 심장을 치는 순간 온 느낌이 유다가 입을 떼자마자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늘 레전이다
서곡에서 앙상블 군무와 잠깐씩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럿이라 부득이하게 집중해서 봐야할 때가 있는데 난 보통 유다가 뭘 하는지를 본다
배우별로 동작과 심지어는 동선도 꽤나 달라서 회전문을 돌게 된다 아유 내 돈!
백형훈 유다는(이하 백유다)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삼스레 유다가 신을 믿지 않는게 아니란 걸
오히려 절실하게 신에게 매달리지 않았을까 Heaven on their minds에서 백유다는 굉장히 차분하다
군중 속에서 보지 않고 한걸음 밖에서 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해 예수에게 경고한다
개인적인 느낌으론 이미 백유다는 극 시작 전부터 예수를 배반하리라 마음 먹은 것 같았다
1막 내내 그 선택대로 행해도 될까 저울질 하다 예수가 말리지 않아 그대로 행해버린 느낌?
이 넘버에서 또 흥미로웠던 건 마리아의 시선이었다
마리아 역시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한 발짝 밖에서 지켜보는데 마리아는 오로지 예수만 바라본다
군중들이 환호해도 그 환호가 예수에게 향해서 좋아하는 마리아
그래서 마지막 시선이 유다에게 쏠려도 오직 마리아만은 계속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와 임태경 예수(이하 임예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람이 훨씬 편안하고 여유로워졌다
그렇게 사람 좋게 말해줘도 제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것만 물어본다 사람이 말을 하죠?
대답해줬더니 그거에 대한 답은 없고 계속 묻기만 하면 아무리 사람이 좋대도 지치지 않겠냐고
그런데 그 때 딱 마리아가 예수를 편하게 해주는데 어떻게 예수가 마리아를 안 아낄 수가 있겠어 진짜
둘이서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데 그게 유다 눈에는 아주 위험하게 보였나보다
멀리 앉아 있다가 다가와서는 마리아 꼽주고 밀치네
뒤에 시몬 넘버에서도 그렇긴 한데 예수가 물론 급진적인 발언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쳤잖아
특히나 약자들을 얼마나 돌봤는데 이제껏 그걸 보면서 깨달은게 하나도 없니ㅠ
왜 자기들 스승이 마리아를 아낄까 생각을 해라 이놈들아!
제자들은 마리아가 상당히 아니꼽게 본다
중간에 대놓고 조롱하는 장면 있는거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마리아에게 중요한건 자신이 모욕을 받았단 사실이 아니라 예수가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
항상 무리와 같이 있지 못하고 겨우 맨 뒤에서 따르던 마리아가 대놓고 다가올 정도면 얼마나 위태로워 보였단 말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사장들은 오늘도 너무 좋다
난 일단 저음을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김바울 가야바가 입만 열어도 좋아한다 짱좋음
거기다 대비되는 김민철 안나스와 사제까지 얼마나 좋아!
개인적으로 제사장들 번역도 마음에 들고
그 좋은 목소리와 신나는 멜로디로 사람 하나 죽이려고 모의한단게 참 마음이 이상하긴 하다만
그들이 죄라고 말하는 걸 보면 거기에 해당하는 자가 예수가 아니라 자기들이었다면 무척 좋아했을 거면서

호산나는 너무나도 찬란한 넘버인데 항상 뒷맛이 씁쓸하다
여전히 맨 뒤에서 예수를 지지하는 마리아
아예 군중들 밖에서 보기만 하는 유다에게 손을 뻗어 여기로 들어오라고 하는 예수라니 미친
안그래도 좋아하는 넘버인데 (사실 지크슈 모든 넘버 사랑함) 더 좋아하게 만드네
마지막에 군중들이 죽어달라고 하니깐 씁쓸하게 같이 슈퍼스타 부르는 부분 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임예수는 처음부터 시몬을 말리지요
하지만 우리 시몬이는 아주 혈기왕성한 청년이라 그런 거에 개의치 않아요~
얘들아 제발 예수 표정 좀 살펴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에도 적었지만 예수의 가르침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사랑 아니니
중간에 시몬한테 직접 말도 해줬는데 아랑곳 않고 계속 해버리면 예수는 어찌하나
그렇게 말해달라고 했으면서 정작 예수가 말하니깐 다들 떠나가면 어떡하냐고
이번 공연에서는 예수가 원한다면 그 길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넌지시 알려주는데 그러기엔 예수는 신도 사람들도 너무 사랑한다 메시아 해먹기 존나 힘듦
그런 예수의 말을 들어주는 건 의외로 같은 민족들이 아닌 빌라도다
꿈의 형태로 보긴 하지만 예수가 뭐라고 말하는지 관심있게 들으려고 하는건 이방인 총독이다

성전씬은 정말 언제봐도 화가난다
이번 공연에서 성전에 빗대어 비판하는 대상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게 이 나라 수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게 너무 화가 난다
너무나 오만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나니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다가온다
모두를 도와주고 싶지만 예수의 몸은 하나라 도저히 다 봐줄 수가 없다
몸도 마음도 지친 예수를 위로하는건 역시나 마리아다 마리아의 사랑은 얼마나 순수한지 정작 사랑한단 말을 들으면 뒤돌아서서 도망쳐 버릴거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가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예수도 알기 때문에 부드럽게 마리아를 대한다 비록 받아줄 수 없는 마음이지만

지난 번 공연에서는 임예수가 등장하는게 고압적으로 배반하라고 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달랐다
그보다는 유다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느낌?
유다는 여기서 예수가 그러지 말라는 말이나 손짓 하나만 했어도 배신 안했을텐데
정말 이러는게 당신의 뜻인지 아니면 내가 지금 당신을 배신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나?
그렇다면 그가 정말 우리가 기다리던 자가 맞나? 의심이 생겨 마음을 굳혀버린 것 같다
그래서 백유다는 돈주머니를 숨기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든다 그걸 예수가 보든 말든
오히려 의미심장하게 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제자들은 다 사도를 뜻하는 천을 두르고 나오는데 유다는 그냥 들고만 있다 마지막에서야 겨우 몸에 걸친다
예수가 준 빵을 차마 자기 몫은 챙기지 못하고 다른 제자들에게 넘긴 유다는 예수가 배신에 대해 언급하자 화가 난다
사실 유다도 예수를 배신하는게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예수가 바라는 일이라 생각하며 했는데 배신에 대해 말하며 화를 내며 괴로워한다
이 모든걸 알면서도 말리지도 않았나 그러면 도대체 왜 지금 화를 내지?
지금이라도 그러지 자기를 배신하지 말라고 사실은 두렵다고 말하면 모든걸 다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데 정작 예수는 안아주고 손 잡아주고 뺨까지 감싸면서도 끝내 유다가 원하는 말은 안 해준다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엉망으로 끝나고 결국 예수는 혼자 남는다

사실 예수도 앞으로 일들이 너무 두렵다
차라리 몰랐으면 마음 편하게라도 있었을텐데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라도 제발 알려달라고 말해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
납득하지 못한 죽음이라도 기꺼이 그러겠다고 겨우 한 넘버안에서 결심하는 거 보면 예수도 존나 난 사람이다
이렇게 착한 아들이 또 어딨어!
아무리 생각해도 예수가 제일 사랑하는 대상은 신이다 이제는 예수도 유다도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다
그런데 유다는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야 알았다 자기가 인간 예수를 사랑한단 걸, 그리고 어쩌면 신의 뜻이 곧 예수의 뜻이라고 생각했던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 사실도
환호하며 예수를 맞이했던 무리들이 이제는 조롱하며 재판을 받으라 말한다
제자들이 무죄라고 변호해보지만 군중들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제사장들은 이미 예수에게 죄가 있다고 낙인 찍었고 그를 사형시킬 수 있는 빌라도에게 보낸다 아이고 베드로야
사실 이 극 최대 피해자는 베드로가 아닐까
하필이면 베드로 인생에서 제일 지워버리고 싶을 순간인데 그게 여기에 박제되었어...
오늘도 모른다고 말하는 베드로ㅠ

빌라도 첨엔 허름한 사람이 오니깐 무시하다 예수라니깐 태도를 바꾼다
아니 근데 그 잠깐 사이에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예수 옷이랑 몸이 그렇게 바뀌는 거냐고
여기 번역도 마음에 드는게 (영어 그대로 쓰는 부분은 싫음) 유대의 왕...헤롯에게 보낸다 하는 부분이 넘 좋다
유대의 왕이 예수도 헤롯도 둘 다 해당될 수 있어서

헤롯은 오늘도 헤롯 짓을 합니다
실컷 조롱하던 헤롯은 예수에게서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르단 걸 느낀다
헤롯은 대놓고 예수를 죽여버리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그 개인 감정을 억누르고 다시 빌라도에게 보내버릴 정도로 헤롯은 영악한 사람이다
딴 소리인데 세례 요한은 죽였으면서 예수는 살려 보내고 지크슈 세계관에선 세례 요한이랑 헤롯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

모두가 도망치고 외면하기 바빴지만 마리아는 그 이전에도 예수가 끌려갔을 때도 지금도 예수의 안위만을 걱정한다
그런 모습에 제자들도 이제야 깨달았다
예수의 뜻도 왜 예수가 마리아를 그렇게 아꼈는지도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절절하게 외쳐도 그럴 수 없다
그건 유다도 마찬가지다
유다가 아무리 후회하고 되돌리고 싶다고 말해도 유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괴로워하던 유다는 끝내 왜냐고 이것도 당신 계획이냐고 소리치며 자살하고 만다
자기가 꿈꾼 천국도 다른 이들이 그리던 것과 마찬가지로 헛된 천국이란걸 그제야 깨달은 유다ㅠ

빌라도는 예수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군중을 달래고 살리고 싶어하지만 군중들의 광기는 점점 심해져만 간다
채찍질은 오히려 군중을 더 흥분시켜서 예수를 사형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분위기를 만든다
숫자 끝으로 갈수록 채찍을 같이 맞는 것처럼 목소리도 몸도 흔들리는 빌라도
꿈 한 번 꿨다고 하는 반응이라기엔 너무 애절하지 않나?
마지막으로 예수의 의사를 물어보지만 예수는 빌라도에게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이미 다 정해진 일이라 말한다
결국 더 이상 재판을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사형을 명하는 빌라도다
그 결정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가야바와 묵묵히 아픈 다리를 떨면서 십자가를 지는 예수 유다는 죽어서도 정말 알고 싶어한다
신은 이쯤되면 좀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유다들이 슈퍼스타를 이렇게 신나게 부르는 것도 지금 우리가 예수라는 인간이 얼마나 고뇌하고 아팠을까 보다는 그에게 주어진 영광과 빛나는 부분만 봐서 그가 느낀 고통마저도 다 신의 뜻이라 당연한 일이라 포장해 숭고한 모습으로 아름답게만 보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다

유다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보다가 예수가 신한테 왜 자기를 버렸냐니깐 들어간다
자기도 신한테, 아니면 예수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을까
아 정말 이 극이 송스루라 오히려 대사 부분들이 너무 어색하다
다른 부분들도 그런데 마지막 십자가 씬은 노래가 아닌 대사인데 솔직히 두 예수다 이 부분은 많이 아쉽다
너무 대사라는 티가 나는... 예수가 죽고 난 뒤 곁에서 슬퍼하고 유일한 사람은 마리아다
남들이 그렇게 무시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만 바라본 유일한 사람이 마리아다
처음엔 다른 캐릭터들을 봤지만 지크슈를 보면 볼수록 제일 강하고 소중한 캐릭터는 마리아다
아니 근데 진짜 미쳤다 백유다 존나 내 취향이다
이번 공연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유다
발성 발음이 일단 듣는 귀를 너무나도 편안하게 해줘서 이미 90점 먹고 들어감
백유다도 확실히 어른이다 지상유다가 존나 어리긴 하다만.....ㅎㅎㅎㅎㅎㅎ
윤형렬 유다도 어른 느낌이었는데 거기는 신이나 이스라엘 보다는 예수 걱정이 너무 가득했다면 백유다는 신도 자신들에게 주어졌던 땅도 예수도 다 너무 소중해 셋 다 지키지 못한 느낌ㅠ
한지상 유다는 실패를 맛보지 못해서 자기가 다 옳은 줄 아는 경험이 많이 부족한 유다
아씨 남은 유다는 지방 공연에서 만나요~ What's the buzz에서 임예수가 첫 가사 내뱉은 뒤에 그 다음 대사가 안 들려서 모두가 당황했는데 오히려 거기에서 여유롭게 웃으며 제자들에게 손짓해서 더 캐릭터성이 살아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진짜 어떻게 이렇게 신성과 인간의 모습 사이에서 기가막히게 균형을 잡아 신이자 인간인 예수를 보여줄 수 있지
내면도 단단하고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예수
여전히 고음 내지르는 부분은 아쉽긴 했지만 그거 말고는 진짜 너무나도 좋았다
겟세마네에서 고음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는 건 아쉽지만 원래 이 넘버에서 고음이 나오는 건 한계에 몰린 예수가 절규하다 나오는 거 아닌가 어떻게든 예수의 마음이 표현 된다면 그 방식이 꼭 엄청나게 내지르는 고음이 아니어도 괜찮다
리고 수염 진짜 잘 바꿨다!!!!!!! 훨 나아!!!! 그나저나 겟세마네 중간에 박수는 도대체 언제쯤 안나오는 것인가

언젠가부터 겟세마네에 박수를 칠 수가 없다
그 넘버를 부르는 배우들에겐 정말 미친듯이 찬사를 보내고 싶지만 죽기 싫다고 절규하다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음에도 죽음을 각오한 사람에게 도저히 박수를 보낼 수가 없다 아 그리고 영어 가사가 조금 줄어들었다!!!!!!!
진작 그러지! 사실 더 줄어야 하는데...
나가, 나가, Get Out!!!대신 나가, 나가, 나가!!!!!로 해줬음 좋겠다

낮공 보고 밤공 봤는데 배우 발음이 정말 중요하단 걸 느꼈다
낮에는 신경써서 듣느라 공연 중간에 피곤했는데 저녁엔 그런게 없었다
애써 들으려고 안해도 잘들려서 귀가 너무 편안했다!
대신 저녁 먹은거 소화가 안 됨 점심은 공연 중간에 다 소화 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