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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22 11월 25일 금요일 19: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임태경 한지상 제이민 지현준 육현욱 김바울 윤태호 김원빈


어제 번역 때문에 엄청 화를 냈더니 번역에 대해선 진이 빠졌는지 오늘은 극에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서곡에서 처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빌라도가 서곡에서 이미 등장헸고 예수와 각별해 보이는 제자는 베드로고 유다는 위에서 군중들을 지켜보다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고보니 유다 동선이 배우 별로 달랐다, 심지어 꽤나 차이난다!
형렬 유다는 예수 걱정이 가득했는데 지상 유다도 걱정을 하지만 온전히 예수를 생각한다기엔 빈정거리기도 하고
좀 더 어리고 질투도 심하고 내 말을 들어주길 바라고 쌓인 의문은 풀어서 알고 싶어 떼를 쓰기도 하는 유다였다
그래서인지 무릎 꿇고 애원하는 장면도 많고
오늘 태경씨 예수는 제자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느낌이었다
알고 싶어하는 제자들에게 설명을 해보지만 오늘도 듣지 않는 제자들 때문에 한숨이 늘어간다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폐가 될까봐 뒤에서만 따르던 마리아가 다가와 자기를 위로해주니 마리아가 얼마나 기특했겠나
오늘 느끼기엔 마리아가 제자들 틈에 있지 못하고 뒤에서 따르는게 마리아는 이미 자신에 대한 소문을 아주 잘 알고 있고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와는 별개로) 그런 소문이 있는 자신이 예수 곁에 있으면 안좋을게 뻔하니 그를 무척 사랑함에도 다가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예수에게 아픈 손가락이었을지도 모르는 마리아가 먼저 다가왔는데 유다와 다른 제자들이 마리아를 무시하니 화가 날만하다
죄 없는 자나 그렇게하라고 말했음에도 왜 자기들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을 보니 정말 자신이 가르친 것을 깨달은 자가 없단걸 알게된 예수다ㅠ
오늘 제사장들 너무 좋았다
어제도 좋앴는데 오늘따라 더 합이 잘 맞는 느낌
진짜 가야바 저음 너무 섹시해
카랑카랑한 안나스와 동굴 저음 가야바와 사제 한 분까지 오늘 조합 너무 좋아
예수가 정말 메시아인지에 대해선 관심 없고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니깐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려하는 제사장들
호산나가 유다에게는 엄청나게 절망적인 넘버일 수도 있단걸 오늘 알았다
이미 예수의 운명을 알고 있는 유다는 지금은 환영하는 저 군중들이 어떻게 돌변할지 아니깐 지금 이 모든 것들이 괴로워서 견딜 수 없다
반면에 모든걸 알고 있는 또다른 사람인 예수는 자기가 최고로 주목 받아 슈퍼스타가 될 죽음이 두려움에도 군중들과 함께 노래한다
기 존나 쎈 예수와 유리 멘탈 유다ㅠ
하지만 그런 예수도 사랑을 외치는 자신과 다르게 증오를 바라는 시몬을 보며 한숨 짓는다
핍박받는 자신들을 구원해줄거라 믿으며 예수를 떠받들던 사람들과 시몬은 예수가 자기들이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자 곁을 떠난다
내가 정말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믿지 못하던 시몬은 현실을 인지하자마자 고개를 저으며 뛰쳐나간다
유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괴로워한다
자신은 그래도 예수를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예수가 그걸 정면으로 부정해버렸다
그래서 예수도 힘겹다는 걸 유다는 몰랐나보다
아무리 힘겹다해도 예수는 그 힘겨움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다
예수는 자기가 신이 바라는 그 모습 그대로인 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현실이 너무나 힘겹다
그런 모습을 꿈에서 본 빌라도가 예수에게 호기심과 연민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아무 말 없이 힘겨운 운명을 따르는 예수와 자신의 이름이 안 좋게 불리는 것에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선전씬 연출 마음에 드는데 그 마음에 드는 모든 요소가 원문 그대로 나오는 Get Out 하나 때문에 다 사라져버린다
힘들고 지쳤음에도 자기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다가오는 병자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예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만 모두를 다 도울 수는 없었다
지독한 무력감을 느낀 순간 나타난 마리아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오늘 밤만은 쉬고 싶다 말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됐다고 생각했는지 마리아가 자신에게 둘러준 천을 예수는 다시 마리아에게 돌려준다
어쩌면 마리아의 마음을 부드럽게 거절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예수도 마리아도 너무나도 안쓰럽다
그리고 유다도
그러고 싶지 않지만 예수가 바라니깐 배신하러 제사장들에게 간 유다는 여러 말들로 어떻게든 납득하려 합리화를 해본다
제사장들이 쥐어준 돈도 받고 싶지 않지만 그걸 받고 자기를 배신하길 바라는 예수를 위해 기꺼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반한다
목요일에 예수가 혼자 있는 곳을 가르쳐 주고 멘탈이 나간 상태로 예수를 마주한 유다는 배신의 상징인 돈 주머니를 등 뒤로 숨긴다 예수가 보지 못하도록
그럼에도 그 돈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유다에게 착하다고, 잘했다는 소리가 애워싼다

오늘 최후의 만찬 너무 마음에 들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수와 함께하는 식사를 기대는 제자들에게 예수는 최후를 고하며 빵과 포도주를 나눠준다
유다는 예수가 자기에게 건넨 빵을 차마 먹지 못하고 한참을 들고 있다 옆에 있는 제자에게 전해준다
마지막 순간에도 한결 같은 제자들에게 화가난 예수는 너희 중 한 명은 나를 모른다고 하고 한 명은 배반할거라 말하며 베드로가 자기를 부인하는 자라고 말해버린다
배반하는 자가 누구일지 말하기 전에 유다가 먼저 선수를 쳐 누군지 알지 않냐며 빈정거리지만 예수는 그저 네가 할 일을 행하라며 가라고 말한다
유다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기를 잡고 예수가 마음을 돌이키길 바라지만 예수는 유다가 원하는 말을 들려주지 않는다
그런 예수에게 상처 받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며 화내는 유다를 밀치며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예수지만 금방 유다를 마주 안아주고 이마에 입 맞춘다
예수는 유다가 밉지 않다 오히려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유다가 바라는 것은 그런게 아니었다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만찬이 끝나니 예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예수는 옆에 누군가 있어주길 간절히 바랐지만 혼자이기에 솔직한 자기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다
혼자이기에 그렇게도 신이 원하는 아들이자 메시아가 되려 애썼지만 지치고 힘들다고, 이렇게 죽는게 정말 뜻이 맞는지 알고 싶다고, 알아야만 한다고 소리칠 수 있다
납득하지 못한 미래지만 당신 뜻을 따라 죽겠다고 자기에게 주어진 독잔을 마시겠다는 아들이 어딨냐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배반의 순간이다
입맞춤을 신호로 자신을 배신한 제자와 스승이자 친구를 안을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뒤늦게 나타난 제자들을 말리며 이제는 모든게 끝났다며 칼을 버리라 말한다
의연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겠단 예수였지만 이 순간이 겁나고 슬픈 인간이었다
환호하던 무리들은 어디 갔는지 이제는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며 제자들이 무죄라고 항변해보지만 씨알도 안 먹힌다
아니 어째 형렬 유다보다 지상 유다 취급이 더 안 좋은거 같다
예수한테 밀쳐지더니 여기서도 더...
베드로가 모른다고 할 때 마지막에 소리치는 부분 대사 처리 아쉽 뭔가 너무 연기하고 있단게 티나는 느낌 근데 이건 몇 몇 부분에서 태경 예수도 그래서 아쉽
이 버전 대사로 처리하는 부분 전체적으로 거의 다 마음에 안 드는데 원래 음이 있는데 왜 굳이 대사로 처리했는지 모르겠다 잘 살리면 또 몰라
빌라도 등장 전에 음악만으로 위압감 제대로 줘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배우가 주는 느낌은 그 위압감보다 덜해서 아쉬웠다
아 헤롯 부분도 고증 아쉬워 기껏해야 한 지역을 다스리는 헤롯이 로마 병사가 맘에 안 든다고 사형시키라는 명령을 어떻게 내려 아 물론 자기 마음에 들게 춤 춘 살로메한테 땅 반을 준다고 말하는 놈이긴 하다만 그걸 고려하고 친 대사 같진 않아
헤롯 가사도 왜 굳이 원래는 없는 자기를 여자로 바꿔보라는 가사가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다
헤롯 마지막 부분에 내가 널 왜 죽여 누구 좋으라고 하는 부분 다 맘에 안들어
지크슈가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극이라지만 아 이 부분 너무 맘에 안들어
예수가 무죄라고 주장하던 제자들이 (이 부분도 원래는 없는 부분인데 왜 들어갔을까? 난 그렇게도 예수를 위한다고 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막상 잡혀가니깐 다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게 너무 좋은데) 막상 예수가 체포되고 난 이후에는 부인하고 보이지도 않았는데 담대하게 나선 마리아한테 감명받았는지 이제는 마리아가 먼저 앞서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오늘도 베드로 목소리 너무 이쁘다
그런데 유다도 같이 다시 시작하자고 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유다가 배신한거 몰라서 그런지 다른 제자들도 유다와 함께 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기 생각과 다르게 고통 받는 예수를 차마 더 보지 못하고 제사장들을 다시 찾아가보지만 냉대 받고 무언가 더 할 수 없는 유다는 돈을 다시 돌려주고 예수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말한다
지상 유다는 그래도 여기 음을 좀 더 살렸다
왜 예수가 배신 당해 죽어야 하는지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유다에게 니가 해야할 일은 다 했으니 그냥 빨리 죽기나 하라는 듯이 냉정하게 흐르는 음악은 정말 야속하고 너무하고 마음에 든다
재판 씬에서 예수가 눈을 감는게 힘들어서인가 했는데 이제보니 죽은 유다를 애도하는 걸로 보였다ㅠㅠㅠㅠㅠㅠ
죽이고 싶지 않아 헤롯에게 보냈지만 자기에게 다시 돌아온 예수를 빌라도가 군중들에게 변호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유일하게 예수가 유대의 왕이라고 계속 주장하는게 유대인 중 한 사람이 아닌 외부 사람인 빌라도라니
광기에 휩싸인 군중들을 달래보려 39대의 채찍질을 명하지만 군중들의 광기는 극에 치닫는다
어제 못 적었는데 채찍의 흔적을 나타내는 조명 들어간거 좋았다
숫자를 세면서 냉정하게 대하겠다 마음을 다 잡고 예수를 본 빌라도는 그 마음을 더 유지하지 못한다
자리를 옮겨가며 다시 마음을 잡아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예수와 같이 무너져내린다
예수에게 마지막으로 살고 싶지 않냐고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국 빌라도는 십자가 형을 선고한다
지상 유다 정말 왜이렇게 깐죽거리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얄미워 보이게 나왔지만 그 속에는 왜 그래야하는지 의문이 남아있다ㅠㅠㅠㅠㅠㅠㅠ
유다도 어쩌면 예수마저도 알지 못했을 그 의문들
아 왜 대사 처리하는 십자가 부분에도 My God 원문 그대로 말하냐고 락적인거 살리겠다고 영어 그대로 썼다는 핑계를 댔으면서 원래도 대사로 치는 이 부분은 왜 영어 그대로 쓰나 진짜 개빡치네 한국에서 공연하면 한국말로 해라 우리 나라 언제부터 영어가 공용어가 되었는데
어제는 마음에 안들었던 포인트였던 가사 번역 어투가 오늘은 십자가 위에서도 끝까지 신이 원하는 거룩한 아들의 모습을 이어나가려는거 같아 짠했다
그거랑 별개로 연기는 좀 맘에 안들었음
오늘도 결국 끝까지 예수 곁을 지키는건 마리아 뿐이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은 마리아에게도 보상을 약속해라 진짜

어제는 사진 찍는다고 몰랐는데 커튼콜 내내 박수 치니깐 팔 아팠다
커튼콜에서 다들 웃으며 손 잡고 인사하니깐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 등장해 슈퍼 스타를 부르는 지상씨 오늘 집에 가기 싫으셨군요 노는거 좋아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역 때문에 일어난 분노가 조금 가라앉으니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였다
배우들 컨디션도 어제보단 오늘이 더 좋아보였고
최후의 만찬에서 나눠주는 빵 잘 잘리게 미리 조금 잘라놓은거 귀엽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어제도 보이긴 했다만ㅋㅋㅋㅋㅋㅋ)
베드로가 부인한다고 말하니깐 시몬이 바로 다가가서 위협하네 이런 무섭고도 귀여운 시몬이
헤롯 빌라도가 만족 못 시켰냐고 물으니깐 고개 끄덕이냐고 겁나 깨알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지나서 어디서 그랬는지 헷갈리는데 군중들이 예수 보며 환호할때 가야바가 그거 지켜보면서 한쪽 눈썹만 치켜 올리는거 넘 좋아 고압적인 사람이 작은 동작으로 티내는거 개좋아함

번역이 마음에 안드는 것 중 하나가 너무 신이 정한 운명이라는걸 강조해서도 있다
지크슈는 예수의 인간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라 일부러 예수가 일으킨 기적을 보여주지 않고 심지어 부활 직전까지만 다루는데
온전히 원문 그대로를 번역할 순 없으니 연출 방향에 맞춰 변형하는건 이해한다만
제사장 넘버는 꽤 맘에 들었는데
유다가 처음엔 My mind is clearer now가 죽기 전에는 My mind is in the darkness now 로 바뀌는 가사를 엄청 좋아하는데 번역 가사는 둘 다 같은 가사로 해서 아쉽다
그렇다기엔 지상 유다는 계속 알고 싶다고 외치던데 자기가 죽어야 된다는 것만 명확하게 알겠었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성스러운 예수를 지크슈에서 보길 원하지 않는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강렬한 음악만큼이나 날카로운 팀 라이스의 가사를 사랑한단걸 절실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