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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해석하는 영화 Inside (고립된 남자)

category 후기/영화 2024. 4. 28. 01:12

윌렘 더포 연기 차력쇼 보려고 봤는데 생각보다 종교적 레퍼런스가 많은거 같아 두서없이 정리해봤다.

당연 영화 ㅅㅍ 있음

에곤 쉴레 그림을 훔치러 왔지만 당연히 자화상이 걸려있을거라 생각한 곳엔 예상과는 다른 그림이 있었다.
에덴 동산 모든 과일은 다 먹어도 되지만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과만은 먹지 말라던 것처럼 주인공인 니모는 뭘 해도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을 가지고도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탐내 이 비극이 시작된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옷을 입지 않아도 살 수 있었던 환경에서 가죽옷을 입고 살아가게 되었다면 니모는 온도 조절장치를 고장내 극한의 더위와 추위가 반복되는 펜트 하우스에 갇히게 되었다.

작 중에는 비둘기 등장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나무 밑에 겨우 들어가 비를 피하는 처량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비가 그치면 비둘기는 날아갈 수 있다.
니모는 물질적 풍요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니모는 처음에는 비둘기를 그냥 쳐다보다가 나중에는 비둘기에게 자기 여기에 갇혀 있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전달해달라고 말을 걸기도 한다.
노아가 방주에서 비 그치고 땅이 드러났나 확인하려고 내보내는 모습이 생각난다.
노아와 함께 방주에 탔던 비둘기는 홍수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돌아오지 않았지만 영화 속 비둘기는 죽어버렸다.
 
노아의 방주 얘기가 나온 김에 계속 적어본다.
탈출하려 온갖 방법을 다 써보던 니모는 천장에 붙어 있는 화재 경보기를 발견한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누군가 찾아올거라 여겨 마침내 화재 경보가 울리지만 니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온 집안 곳곳을 물이 적시기만 했다.
노아의 방주 밖 사람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다행히 물은 그쳤지만 유일하게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던 TV는 고장나고 차가운 바람이 나올 때 덮던 이불도 젖어 쓸 수 없게 된다.
처음에 니모는 현관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주 두꺼운 문을 뚫지 못해 천장에 난 창으로 탈출하려고 한다.
층고가 높아 여러 물건들을 쌓아 탑을 만든다.
살아남은 노아의 후손들이 또다시 홍수가 있을까봐 신에게서 대항하고자 쌓은 바벨탑이 연상된다.
알다시피 바벨탑은 완성되지 못 했다.
 
주인공인 니모는 동료들 사이에서 넘버1으로 불린다.
넘버3와 무전을 하며 이 일을 계획했지만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고 넘버3는 매정하게 연락을 끊어 버린다.
넘버1을 최초의 인류인 아담이라고 한다면 넘버3는 카인이 되겠지.
아담의 소중한 아들인 아벨을 카인이 죽인 것처럼 탈출하고자 하는 넘버1에게 단호히 내쳐버리는 넘버3.
 
처음에 보안 시스템이 꽤 길게 작동하는데도 보안 업체는 물론 경비조차 이 건물에서 제일 비쌀 펜트 하우스에 누군가 출입했을거라곤 생각도 못하는 듯하다.
주인공은 비가 오는 계절에서 눈이 내리는 계절이 될 때까지도 탈출하지 못 했다.
이 쯤 되니 도대체 주인은 얼마나 끝내주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신도 그렇게 인류를 관망하고 있는걸까?

사실 영화에서 집 주인이 잘못한 건 없다.
주인은 그저 펜트 하우스는 놔두고 여행을 갔을 뿐이다.
그렇지만 니모는 집 주인 사진에 악마를 그려넣었다.
주인 딸은 웃고있는 인간 모습으로 그리고 키우는 개에게는 천사 링을 그려 넣었다.
명령을 따르는 자신과 다른 종에겐 천사 모습을, 하나뿐인 자식을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보낸 모습 같지 않나.

사실 기독교 레퍼런스만 느껴지진 않았다.

최첨단 시설이 가득한 곳에 원시적인 느낌이 나는 횃불로 화재경보기를 울려 탈출(=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하려는 장면에선 프로메테우스가 생각났다.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쳤지만 본인은 묶여 간에 쪼이는 형벌을 받고 인간은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온갖 재앙을 얻게 되었다.
애초에 헬기를 타고 이 곳에 오는 것도 현재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 탈출하려 날개를 만든 이카루스가 생각난다.
이카루스 또한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과 같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집안에 제단을 만들기도 하고 유대교 제사장 복식이 생각나는 장치도 나오고 운명은 꼭두각시처럼 이미 정해져 있는건 아닐까하는 질문도 직접적으로 나온다.
영혼과 에너지 관한 대사나, 자긴 죽어서 천국에 갈거라 노래하는 주인공도 그렇고...

 
기독교적인 내용이든 그로신 내용이든 둘 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신에게 감히 도전하면 멸망 뿐이란 메세지는 같은듯하다.
이거 완전 고대 그리스 비극 아닌가?
 
다른 종교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더 많은 내용을 적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