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다시 만난

레몬치즈타르트 2024. 12. 14. 21:37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18: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박은태 백형훈 정유지 지현준 전재현 김바울 신은총 김민철 김영우 박래찬 남궁민희  송정현 박승일 김정민 이소윤 권수임 전재광 김지연 김승현 이성빈 박상민 이민아 윤혜지 김현정 이슬기 김석제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공연장 장소나 2년 전과 비슷해서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객석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같았다
지난 공연이 좋았던 점도 아쉬운 점도 있어서 편하게 앉았다...그런 줄 알았다
난 지크슈 앞에서 무던하게 있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재작년에 올라왔던 버전이랑 다르지 않을거 같아서 볼까말까 하다 박은태 지저스(은저스)가 다시 온다는 말에 예매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기간에 미련이 많아서 안 보고 넘기면 후회할거 같아서
난 항상 내가 보지 못한 버전들을 그리워하며 산다
왜 있는지는 몰라도 애플 뮤직에 있어서 다행인 국내 초연 음원이라던가...아니 근데 진짜 애플 뮤직 선정 기준이 도대체 뭐지 Notre Dame de Paris 프랑스 초연 음원은 2막만 있다가 이제는 그것 마저 사라졌는데ㅠ 이제 1, 2막 둘 다 들을 수 있다ㅠㅠㅠㅠㅠㅠ
난번 제일 내 취향이었던 백형훈 유다(백유다_사실 백형훈 유다를 뭐라고 부르는지 몰라서.. 그냥 백유다로 적어야지...ㅎ)와 내가 서울 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굿즈가 덜 나오지도 품절 되지도 않을 시기를 조합해보니 이 날 밖에 시간이 안 되었다
 
이미 아는 연출을 또 볼 때는 이야기 흐름에 따라가는 시선이 아닌 내가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부분을 보게 된다
그래서 놓쳐 버린 디테일도 있지만 또 새로 알게되는 점들도 있다
이번엔 넘버를 부르는 인물들이 아닌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더 집중해서 본 거 같다
가령 유다가 노래 부를때 지저스 반응이라던가 호산나 때 유다와 마리아의 위치, 가야바의 시선 등...
 
유다는 몰랐지만 지저스 눈길은 항상 너를 향해 있었다
시몬과 군중들이 실컷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굳이 유다를 찝어서 부르는 이유가 뭐겠냐고ㅠ
그런데 또 유다를 거부하는 건 항상 지저스였음….
분명 어느 한 순간이라도 손을 잡아줬다면 유다는 배신 못 때렸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
What's The Buzz에서도 잘 드러난다만 시몬 넘버에서 나는 지저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듯 서 있던 유다에게도, 마리아 솔로 끝나고, 최후의 만찬에서도 정말 마지막으로 배반의 입맞춤 직후라도 유다를 잡아 줬다면….ㅠ

특히 최후의 만찬에선 유다가 안쓰러워 안아 주면서도 가라고 밀어버리는 모습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유다는 확실히 어려서 잘 다독이고 이해시켜주면 충분히 납득할 거 같다
못 하더라도 지저스가 나를 이렇게 신경 써주고 있다 생각이 들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갈 거 같은데ㅠㅠㅠㅠ
1막 마지막 제사장들에게 가서 배신한 뒤에 뭔가 잘못되었단걸 분명히 느꼈는데 애써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안쓰럽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죽기 직전에 신에 대한 원망의 말이 거의 없어서 신기하다
자기가 이용 당했다고 신에게 저주를 퍼붓고 죽는게 원 가사인데 백유다는 괴로워만 하다 죽음을 택해서...
지저스가 운명에 메여있지 않았다면...
지크슈 속 젤 잔인한 건 사실 군중보단 운명 또는 신 같음
 
은저스 재판씬에서 왜 웃냐ㅠㅠㅠㅠㅠ 한 명이라도 자기가 살길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인가 아니면 막상 닥치니깐 허무해서? 결국 이렇게 될 일이었는데 자조적인 웃음이냐 아님 모든걸 놓아버려서인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슈퍼스타때 못 박는 소리 언제부터 들렸지? 와 현대로 오면서 직접적으로 박는 연출 많이 사라진거 같은데 이걸 맨눈으로 직접 소리와 함께 들으면 충격이 제법 크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십자가에서도 웃지마 보는 사람 존나 슬프니깐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놓고 컷콜때 가슴에서 손가락 하트 나오는거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저스는 속으로는 감정이 요동쳐도 겉으로는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 겟세마네에서도 많이 절제하는 느낌이라 샤우팅은 엄청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막 밖으로 표출하진 않아서 지저스 역시 운명에 갇힌 한 인간이라는게 오히려 드러난다

마리아는 자기가 지저스에게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좋고 사랑해서 곁에 남는다
호산나에서도 뒤에서 환호하는데 지저스와 대립하는 유다를 막아서는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처음엔 마리아를 경멸하던 제자들이 체포 이후 마리아를 보고 마리아에게 미안해하며 따르는게 눈물이 난다
그걸 다른 제자들이 지저스 잡혀가기 전에 보여줬음 얼마나 좋아ㅠ

내가 생각하는 지크슈 속 가장 강한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마리아다
 
지현준씨 빌라도 좋았는데 빌라도 목소리는 좀 더 높았으면 좋겠다
가야바랑 겹치기도 하고 빌라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데는 좀 더 높은 음역대가 좋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39 외치는 소리가 맘에 안 들었음
빌라도가 1막에서 보여주는 나약한 모습을 군중들 앞에 나서는 2막 처음에서는 강한 모습의 차이와 재판씬 마지막에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모습 보여주는게 좋은데 빌라도가 자신을 완전히 놓아버리진 못한 느낌? 이 일만 끝나면 로마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계속 이스라엘에 머물러야 해서 완전히 무너지진 못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좋다 해놓고 안 좋았던 점만 적었으니 좋았던 부분 적어야지
빌라도가 지저스와의 감정 교류가 참 좋았다
등장 인물 중 혼자만 다른 문화권, 종교를 가져서 군중들의 광기를 이해 못 하지만 어느새 그 중심에 휩쓸리고 마는 모습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지저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더 안타까운 인물ㅠ
 
헤롯은 존나 한결같다
등장부터 재판 끝까지 존나 헤롯이다
살기 싫어한다고 살려서 빌라도에게 다시 보내는…그냥 헤롯이군
NBC 버전 앨리스 쿠퍼 헤롯을 제외하곤 헤롯들은 진짜 거의 다 똑같다
분명 다 다른데 모두 똑같이 돌아있음 (NBC는 헤롯이 넘 포스가 넘쳐서 조금 결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치만 안 돈건 아님. 일단 앨리스 쿠퍼가 아주 절실한 기독교 인이라 생각하면...이 헤롯도 제정신은 아님ㅋㅋㅋ)
 
아니 제사장들을 빼먹고 안 적었음
제사장들의 매력은 공연 중에는 무게감 있는 악당이다가 컷콜에서 깜찍하게 돌변하는 모습
다들 새침하니 귀여우셨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김바울 가야바는 지난 공연 때 거의 이 분으로 봤어서 더 추가로 적진 않아도 될 거 같고 (가야바 목소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사랑함) 김민철 안나스도 그렇긴 하다만...사실 사제 3분은 뭐라 할 거 없이 다 좋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What's the Buzz에서 지저스 무리들 지켜보다 들어가는 것도 좋고 위에서 작당모의 하는 것도 좋고 호산나에서 가야바 혼자 의식하는 기싸움도 좋고 그러면서 유다 지켜보는 모습도 팔아넘길때 유다 압박하는 모습도 좋고 체포 후에 지저스랑 유다 둘의 상처를 한번에 활퀴는 것도 개좋다
 
아놔 베드로랑 시몬 얘기 안 적은거 생각나서 또 추가함....
캐스팅 보드를 미리 보고 들어가지 않으면 2막이 되어서야 누가 베드로인지 알 수 있는 극 특성상 잘 드러나진 않지만 무척 아끼는 인물이다
비록 중요한 순간에 모른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 상황에서 누가 당당하게 내가 그 분이 가장 아끼는 제자라고 말 할 수 있겠냐고..ㅠ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은 [엔도 슈사쿠-예수의 생애] 해석을 좋아하지만 그러면 더 이 극이 슬퍼지니깐 넘어가고
귀엽고 목소리까지 좋은 베드로가 이 극에선 모른다 부인하고 후회하는 말만 들려준다는게 항상 아깝다
최후의 만찬에서 나를 모른다고 말한다고 지저스가 직접적으로 말하면서도 겟세마네 전에 젤 먼저 찾는 사람 또한 베드로다
얼핏 생각하면 지가 먼저 꼽 줘놓고 왜 찾기는 먼저 찾냐는 생각이 들지만 난 사실 지저스가 베드로를 그만큼 믿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베드로만 보여줘서 그렇지 다른 제자들이라고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이 버전에서는 그는 무죄라고 제자들이 말하는 부분이 있지만 실제론 어땠나?
잡히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신분을 가진 요한을 제외하고는 남자 제자들은 다 자기들도 잡힐까 숨었다
여기에선 마리아와 함께 재판을 지켜보는 제자가 둘이 있지만...
시몬이 또 의외였던게 자기가 생각하던 환상과 실제 인물이 다르단 걸 느끼면 실망하고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데 신은총 시몬은 그렇지 않았다
최후의 만찬에서도 지저스가 베드로한테 부인한다 말한 후 베드로가 지저스에게 다가가니깐 막아서는 것도 시몬이고 유다에게 또한 그랬고
시몬이 분명 지저스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지만 그 이상으로 시몬 또한 지저스를 사랑하구나 알게되었다
지저스 이 죄 많은 사람

오늘따라 일렉 왜 이리 좋지
배우들 목소리든 악기든 다 넘 짱짱해서 넘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게... Pilate and Christ 에서 베이스 소리 잘 안들려서 슬프다
재작년에 베이스 소리가 개쫀쫀하게 잘 들려서 이 넘버 더 좋아졌었는데 슬퍼
 
제발 겟세마네에서 영어 좀 쓰지 마 진지한 장면인데 존나 몰입 방해됨 아오
사실 What's the Buzz나 Simon Zealotes에서 나오는 영어 가사도 좀 흐린 귀 하며 들었는데 겟세마네는 진짜 아니잖아!!!
똑같은 구절 반복이 많으니깐 원문 느낌은 아니더라도 효과적으로 번역할 수 있을텐데 왜 원문 그대로 쓰냐 진짜 내 겟세마네 몰입을 보장해라
그래도 Get out이 나가로 바뀌어서 다행…헤롯은 안 바꿈ㅎ
제발 번역할때 영어는 최소로 사용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뜬금없지만 유다 타투 위치 좀 더 위쪽 팔뚝으로 옮기고 싶었음 뭔가 애매한 위치
 
겟세마네 중간에 박수 거의 안 나온건 실제론 처음 본다
음악이 다시 나오기 전까지 사이가 많이 길었는데 내가 롤링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보여준다고요...? 좋은데 맘 아픔
 
+ 잡다한 말
 
부산 공연 소식을 듣긴 했는데 확실한 공지가 없어서 서울 갔는데 나 모르는 사이에 부산 티켓팅도 했네...ㅎ

박은태 지저스를 만나기 위해 난 무얼 희생했나
1. 휴일 2. 돈 3. 시간 4. 체력 5.김장 김치와 수육

공연 보고 집 돌아온다고 뛰어댕기면서 잘 못 먹었더니 1kg가 빠져있었다
자기 전에 비록 크기가 좀 작고 4000원 정도하는 햄버거를 먹었는데!
 
굿즈를 공연 티켓 값 보다 더 썼다

틱틱붐 빼고 지크슈 굿즈만 16만원어치…
그와중에 직원 분이 잘못 넣어줘서 교환 진행 중

이 관계도 왜 웃기지ㅋㅋㅋㅋㅋㅋㅋㅋ
헤롯이랑 가야바에겐 지저스 아무 말도 없는거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ㅂㅁㄱ의 달인 지저스
마리아도 유다에 대한 생각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지저스와 마리아 관계성 개좋아서 눈물남ㅠㅠㅠㅠㅠㅠㅠㅠ